백로 생태조사 모니터링 후기-권순구(경주환경운동연합 생태부위원장)

관리자
발행일 2012-07-09 조회수 15
생태














백로 생태조사 모니터링 후기



 




권순구(경주환경운동연합 생태부위원장)




 


 






“백로 모니터링 내일(6.27. 수) 오후 5:30 진흥관 주차장”




문자가 왔다고 진동이 울리면 일정을 살핀다.




다른 일이 없어야 될 텐데...




하지만 일이라는 게 쉼 없이 생기다 보니 핑계가 생겼다는 안도의 숨을 쉰다.




그러나 열성적인 생태위원장님은 약속된 날 어김없이 백로들과 인사를 나누고 계실 것이다.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왜가리, 황로, 해오라기 쉼 없이 날아들고, 쉼 없이 생태위원장을 지켜보고 떠들 백로 무리 녀석들을 생각하며, 이번에는 약속 장소로 나섰다.




 


백로들이 놀랄까봐 멀리서 망원경을 앞에 두고,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그동안 변한 모습과 관찰한 내용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어미새와 새끼들의 구분이 힘들어질 정도로 변한 모습에 미리 맞춰놓은 망원경의 작은 구멍으로 그들을 만났다.




멀리 있어 자그마한 그들에게 좀 더 가고 싶어서,




‘위원장님 미친척하고 둥지 아래까지 침투해 볼까요? 위장막 없이 다가가면 좀 더 가까이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 좋을 텐데.’



하면,





‘올해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제들이 안 오거나 수가 줄어들 거예요.’

하며 간곡히 말리는 모습을 보면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을 살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차장 옆 소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쇠백로를 만나기 위해 주차해 놓은 차 뒤편까지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댄다.




쇠백로 어미새와 다 커버린 새끼, 아직 작은 몸으로 성긴 깃털을 만지는 작고 여린 새끼까지 눈으로 확인하고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는다.




물론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남기기엔 부족한 나의 장비로 인해 아쉬움이 남지만 위원장님이 망원경을 설치하고 백로 무리들을 관찰하고 있는 언덕배기로 자리를 옮겼다.




올 때마다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해오라기를 찾기 위해 모든 곳을 살피는 여러 사람의 무서운 눈매에도 해오라기는 오늘도 드러내지 않았다.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백로 무리들을 보면서, 새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것을 깨닫는다.




논 한가운데서 먹이 사냥을 하는 백로가 아닌 어떻게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를 길러내는지를 살피는 탐조활동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설레게 한다.




스쳐지나가는 낯선 사람 중 하나이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한 사람이 되었다.




이소를 준비하고 있고, 또 밤이 되어 귀소를 한 큰 무리 속에 한 마리 한 마리가 의미 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가가서 사진을 찍고픈 마음이 앞서지만 내년에 찾아올 것임을 약속하며 먼 발치서 살피는 것으로 탐조활동을 마쳤다.




날씨가 좋지 않은 저녁 무렵, 휭휭 불어오는 바람소리보다 둥지로 날아드는 백로 무리들의 울음소리가 우렁차다.




대부분의 백로 무리들이 소나무가 아닌 참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주차장 옆 소나무에 둥지를 튼 쇠백로는 참으로 대견하다.




사람의 간섭과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에도 불구하고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를 잘 길러내고 있다.




쇠백로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나쁜 곳에 집을 지었지만 난 그 쇠백로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고맙기만 하다.




그들이 있었기에 이런 사진도 남길 수 있는 행운도 얻게 되었으니까...




 


 


 




 




 







 


 




※ 사진으로 보는 건 다른 사람의 눈으로 대신 보는 것입니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함께 하시면서 직접 보시길 권해봅니다










 
출처: https://m.cafe.daum.net/gjkfem/MRQ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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