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홍의 원전 없는 나라] '부지 외 저장시설'을 추천한다

관리자
발행일 2023-02-21 조회수 8


이상홍 사무국장이 <민중의 소리>에
[이상홍의 원전 없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연재합니다.


https://vop.co.kr/A00001628398.html





'부지 外 저장시설'을 추천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 입법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준위특별법안이 3건 발의된 가운데 지난 1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필자는 진술인 자격으로 공청회에 참석해, 고준위특별법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후 의원들의 집중 질문 공세를 받았다. 공청회의 소회를 조금 밝히고자 한다.
발의된 고준위특별법안들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①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설치 ②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③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 등이다. 참고로 고준위특별법에서 다루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고준위핵폐기물)’은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꺼낸 ‘사용후핵연료’를 일컫는다.
①관리위원회 설치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전담하는 정부 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핵발전소 안전 규제를 전담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떠올리면 된다. 현재 고준위핵폐기물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핵발전 진흥 부처이기 때문에 국민 안전을 도외시하고 핵산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고준위핵폐기물 정책을 펼쳐왔다는 비판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면에서 독립적인 관리위원회 설치는 개혁적이다.
②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는,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관리시설) 건설 절차를 밝힌 것이다. 부지확보를 위한 지질조사 절차, 주민의견수렴 절차(주민투표 등), 지역지원 방안 등을 담고 있다.
③부지내저장시설 건설은, 말 그대로 핵발전소 부지에 저장시설을 건설해 고준위핵폐기물을 계속 임시저장 한다는 내용이다. 영구처분장 건설까지 최소 37년(?)이 필요하고, 그때까지 발생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은 발전소 부지에 임시저장 할 수밖에 없다는 핵산업계의 입장을 고스란히 담은 법안이다. 당연히 핵발전소 지역 주민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필자도 부지내저장시설의 여러 문제점을 들어 고준위특별법에 부정적 의견을 진술했다. 그리고 의원들에게 충심으로 당부드렸다. 굳이 고준위특별법을 제정해야만 한다면, 부지내저장시설 조항을 모두 삭제하고 ‘관리위원회’ 설치를 중심으로 입법할 것을 요청했다.
부지내저장시설의 법제화는 핵발전소 지역 주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폭력이다. 반대로 핵산업계는 45년 묵은 숙변을 속 시원하게 싸지르는 축복이다. 부지내저장시설이 법제화되면 핵산업계는 가장 손쉽게 고준위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곰팡이가 증식하듯이 부지내저장시설을 증설하면서 고준위핵폐기물을 무한정 배출할 수 있다. 영구처분장 확보도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그래서 지역 주민은 부지내저장시설을 사실상 영구처분장이라고 탄식한다.
국회 공청회에서 필자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핵발전소 지역 주민을 위해 고준위특별법이 필요하다. 왜 반대하나?”이다. 고준위특별법이 제정되어야 영구처분장을 마련할 수 있고, 영구처분장이 있어야 핵발전소의 고준위핵폐기물을 반출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정말로 의원들은 지역주민을 걱정해서 고준위특별법을 제정하려는가? 핵산업계의 숙원사업을 풀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게 아닌가?
정말 지역 주민을 위한다면 좋은 해결책을 제안하겠다. 부지‘내’저장시실이 아니라 부지‘외’저장시설을 건설하면 된다. 특히, 서울에 부지‘외’저장시설을 건설하면 모든 논란이 깨끗이 해결된다. 영구처분장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부지‘외’저장시설은 축구장 크기의 부지만 확보하면 2년 만에 건설할 수 있다.
서울에 건설하는 일은 절대 어렵지 않다. 잊을만하면 지진이 발생하는 핵발전소 지역보다 안전하다. 무엇보다 영구처분장이 마련될 때까지 임시저장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아마 영구처분장 확보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에 꼭 맞는 고통 분담 정책이다. 핵발전소 주민들 그만 달달 볶고 서울 시민을 설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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