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홍의 원전 없는 나라] 후쿠시마 오염수의 현실적 대안

관리자
발행일 2023-03-20 조회수 9


이상홍 사무국장이 <민중의 소리>에
[이상홍의 원전 없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연재합니다.


https://www.vop.co.kr/A00001630034.html





후쿠시마 오염수의 현실적 대안



후쿠시마 핵사고 12년이 됐다. 매년 3월 11일이 되면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만, 올해는 다른 해보다 특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서울에서 하던 행사를 올해는 부산에서 거행했다. 현 정부의 무리한 고리2호기 수명연장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부산에 모인 것이다. 부산 송상현 광장에 1천5백여 명의 시민이 모여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진흥 정책을 규탄했다.
핵발전과 전혀 인연이 없어 보였던 제주도에서도 3월 11일 큰 규모의 시민 행진이 펼쳐졌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제주도민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는 전혀 남 얘기가 아니었다. 제주의 바다는 일본과 가깝고 회유성 물고기는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월동한다. 제주도민의 긴 우려가 올해는 큰 규모의 탈핵 집회로 터져 나온 것이다.
제주에서 내건 슬로건 “바다는 일본의 핵쓰레기통이 아니다!”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필자가 있는 경주지역도 이 슬로건을 내걸고 3월 11일 탈핵 행진을 했다. 평소 핵발전소 문제에 무덤덤하던 시민도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슬로건을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바다는 핵산업계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이 표현이 진실에 더 가깝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는 지구촌의 핵산업계(또는 핵발전 국가)가 공모하여 벌이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국제 핵산업계의 거두인 미국이 해양투기를 감싸고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해양투기를 오히려 환영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주한규 원장은 방사능 오염수를 두고 “일본 수상이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마실 수 있는 물이죠”라는 망언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시종일관 무대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한규 원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간혹 수질오염 사고가 터질 때마다 환경부가 안전하다고 발표하면, 주민들은 곧바로 “당신들이 마셔 보라!”고 성토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만큼은 주한규 원장이 우리 정부를 대표하여 일본을 공식 방문해 꼭 마셔보기를 바란다. 그것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비록 불완전한 방법이지만, 해양투기보다 나은 해법이 있다. 지난 12년간 발생한 오염수가 약 130만 톤을 조금 넘는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가면 75만 배럴(12만 톤) 규모의 거대한 원유 저장탱크가 즐비하다. 총용량은 2,000만 배럴(약 320만 톤)에 달한다. 후쿠시마에 울산의 원유 저장탱크와 같은 대형 탱크를 10개 설치하면 오염수를 10년 더 보관할 수 있다. 20개 설치하면 20년 더 보관할 수 있다. 20개를 설치하여 30년을 보관하면, 방사성 물질이 스스로 줄어드는 반감기에 의해 삼중수소(H-3)는 1/5 이하로 줄어들고, 세슘(Cs-137)과 스트론튬(Sr-90)은 1/2로 줄어든다.
이처럼 장기간 보관이 방사능 양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생태계의 위험성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일본의 시민사회도 저장탱크를 더 건설하여 오염수 장기 보관을 촉구하고 있다. 향후 20년 더 시간을 벌면서 위험성은 절반 이하로 줄이고, 더 나은 제염 방안을 연구하자고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이미 주장되고 있는 현실적인 대안에 윤석열 정부가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충분히 명분 있는 제안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독창적인’ 강제동원 해법을 오염수에 대입해도 좋겠다. 일본 정부가 반대하면 우리 핵산업계가 출자해서 후쿠시마에 대형 저장탱크 20기를 건설하면 된다. “일본 수상이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마실 수 있는 물이죠”라는 망언보다 대형 저장탱크를 일본에 원조하는 방안을 더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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