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이주대책위원회 천막농성 10년, 토크 콘서트

kyongju
발행일 2024-09-13 조회수 206
탈핵 에너지 전환

2024. 9. 12. 18:30 동천동 오늘은책방

이주대책위원회 천막농성 10년을 맞아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후원으로 환경운동연합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어수선한 가운데 30여명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행사에 참가한 에버트재단의 관계자도 감동 받았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이주대책위원회의 10년 투쟁이 많은 사람의 가슴을 움직였나 봅니다.

메인 발제는 김우창 박사가 맡았습니다.  김우창 박사는 대학원 연구가 한창이던 2020년 가을 양남면에 찾아왔습니다. 이곳에 방을 얻어 8개월을 살면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인터뷰하고 문헌 조사를 하며 이주대책위원회의 각종 투쟁과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때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2022년 봄, 주민들의 투쟁 이야기를 다룬 '원전 마을'을 경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출간했습니다.

이번엔 박사학위논문 '핵이재민의 수용되지 않는 이주 요구: 월성 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의 삶과 운동'을 들고 왔습니다. 논문 내용 중 이주대책위원회의 투쟁 부분을 발췌해 발제했습니다. 김우창 박사는 월성원전 주변 지역인 '동경주'를 (범위를 좀 더 넓히면 경주시를) "핵발전이 그 자체로 지배 이데올리가 되고,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 지자체와 대다수 시민사회조차도 핵발전에 종속된 에너토피아"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민들의 삶과 운동을 바라보면, 근본적 탈핵보다 이주 요구가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일제 강점기가 생각났습니다. 독립이 늦어지면서 식민주의가 지배 이데올리가 됩니다. 이로써 다양한 집단이 출연합니다. 지배 이데올리기에 순응하며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지배 이데올로기 적극 협조하며 지배그룹에 들어가려는 사람(친일파),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사람(독립운동), 지배 이데올리기에 맞서지는 못해도 적극 벗어나려는 사람들(만주 등 이주자). 물론 이주자에는 독립운동과 연계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비교하면 이주대책위원회 주민들의 10년 투쟁은 '이주자'가 되기 위한 세월입니다. 이주자가 되고 싶을 뿐인데도 10년 투쟁이 부족한 '원전마을'입니다. 김우창 박사가 거론한 '핵이재민의 인정투쟁'이 아마도 이주자가 되기 위한 10년 세월을 학술적으로 표현한 말인 것 같습니다.(아직 논문을 읽어보지 않아서 인용이 조심스럽습니다;;)

김우창 박사는 주민들의 이주(또는 보상) 요구를 '시혜적 접근'이 아니라 '권리'의 차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탈핵'을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인프라' 중심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에너토피아'에 속박된 주민들의 삶을 회복하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황분희 부위원장은 월성원전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피해와 최근 이주대책위원회의 어려운 형편을 전하며 9월 21일 있을 10주년 행사 참가를 호소했습니다. 황분희 부위원장은 최근 집과 땅 일부가 도로에 편입되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토지 보상을 받았습니다. 부위원장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고 남은 땅에 다시 집을 짓고 있습니다. 그러자 한수원 간부 몇몇이 찾아와 보상을 받았는데 왜 이주하지 않느냐며 따졌습니다. 이에 부위원장은 "한수원이 보상했느냐! 한수원이 남은 땅 다 매입하면 이주하겠다"고 했다네요. 혼자가 아니라 10년을 함께해 온 주민들과 당당하게 이주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이상홍 사무국장은 이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 주변의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남미 등 제3세계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정부에서 추진 중인 월성 2,3,4호기 수명연장은 4천억 원의 보상금이 경주시와 동경주에 지급되는 만큼 개발론자들에 의해 어떤 불상사가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 외 많은 이야기가 소용돌이친 토크 콘서트였습니다. 김우창 박사의 연구가 너무 소중합니다. 경주뿐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많은 시민들과 연구 내용이 공유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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